박석환, [이 만화를 발견하다] 박성우의 '팔용신전설', 한국일보, 2004.3.16

국내 첫 판타지 만화

잡지만화 부흥 대표작, 액션게임 형식 더해 인기


‘팔용신전설’은 부산에 연고를 둔 신예 만화가 박성우가 1993년부터 군에 입대하기 전인 1995년까지 만화전문잡지 ‘아이큐 점프’에 연재한 작품이다. 박성우와 작가의 데뷔작인 ‘팔용신전설’은 우리 만화계가 새로운 활력과 열정을 보여줬던 시기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고 초기 잡지만화 시스템의 부흥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작품이다. 

박성우는 도제식 만화 수련기를 거치지 않고 데뷔에 성공한 1세대 작가군 중 한명이다. 당시 만화계는 창작_제작_유통 과정에 외부 인력과 자본이 침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만화가_출판사_총판이 연대해서 만화시장을 독점하기위해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이른바 ‘물 관리’를 한 것이다. 

이 시장의 반대편에서 등장한 것이 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잡지만화 시스템이다. 이들은 독점구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에 소속된 만화가가 아닌 외부의 만화가를 찾았다. 일본 만화가, 아마추어 동아리 출신 만화가, 공모전 출신 만화가가 그들이다. 

‘드래곤 볼’의 토리야마 아키라, ‘슬램덩크’의 타케히코 이노우에를 비롯해서 박성우와 이명진 양재현 서영웅 손희준 등이 이 시기를 전후해서 등장한 슈퍼 셀러 만화가들이다. 이때에 비로소 만화창작의 대중화와 만화마케팅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 서울문화사와 대원씨아이로 대표되는 잡지만화 시스템의 등장은 우리만화의 마케팅 철학을 산업화시대의 ‘생산지향성’에서 ‘제품 지향성’으로 바꿔 놓는 역할을 했고, ‘팔용신전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세의 이미지에 롤플레잉 액션게임의 구조를 더한 ‘팔용신전설’은 공존계 최강의 마검사 카드무스의 수제자 진룡이 7명의 용신전사와 함께 마황 천마뇌제와 격돌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국내 작가에 의해 시도된 최초의 판타지 만화이다. 

박성우의 군입대와 함께 성급한 결론으로 끝났지만, 제대 후 곧바로 후반부를 새로 그린 ‘팔용신전설 클래식’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를 다시 불러 모았다. 1998년부터는 진룡의 후손 아미타를 주인공으로 한 ‘팔용신전설 플러스’를 발표했다. 현재 18권이 발행됐고, 전작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진행 중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한 고객만족 마케팅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천랑열전’의 후속작인 ‘나우’와 ‘제로_시작의 관’을 동시작업하면서 발표 시기를 조정하는 것 역시 ‘브랜드화한 작품 관리’의 한 사례라 할 만하다. 아쉬운 점은 박성우의 마케팅 철학은 성장하는 반면 만화 마케팅의 혁명을 주도했던 현재의 잡지만화 시스템은 마케팅 철학 부재의 시기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주도권을 잡자마자 일본만화 출판사와의 독점 계약에 안주한 채 다품종 생산에만 치중한 결과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한국일보, 2004-03-1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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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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