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파이팅바람이의 김종한, 만화규장각, 2004.2.3

만화가 김종한(1967년 생)은 고3생 신분이던 1983년 허영만 문하에 입문, 1991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단편 <환상여행>을 연재하며 데뷔했다. 90년대 초반 만화잡지 창간 붐이 조성되던 시기 허영만을 비롯한 몇몇 중견 만화가가 이른바 대본소계 ‘공장만화 창작 시스템’을 폐쇄했다. 만화잡지가 많아지면서 만화가의 수요가 늘었던 반면, 대본소계 만화의 생산이 중단 또는 위축되면서 급여창작자-유명작가 화실에서 배경 데생 등 특정 부분만 담당하는-의 일자리는 줄었다. 유명만화가의 작품 생산라인을 담당하며 안정적 생활을 유지하던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만화잡지 데뷔 신고식을 치르게 된다. 신고식에 성공한 일련의 만화가군은 90년대 한국 만화잡지의 전성기를 구축한 주도세력이 됐고 21세기 한국만화의 중추세력으로 안착했다. 이들 그룹 중 허영만이라는 특수한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을 만화계 내부에서는 ‘허영만 사단’ 또는 ‘許派’라 칭한다. 만화가 김준범이 허영만 사단이라는 특수 계급의 첫 번째 수혜자였다면 김종한은 맏형 격이다. 

10여 년이 넘는 기간동안 허영만을 접하고 허영만 만화의 구조를 담당했던 김종한에게서는 그가 원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만화가 허영만의 이미지가 쉽게 찾아 진다(허영만 사단 만화가군의 대개가 그렇고 이들에게 허영만은 넘어야할 산이자 가장 난감한 비교대상이다). 허영만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동시대의 이슈를 주도하는 소재주의와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장르만화에 둔다면 데뷔 10년을 넘긴 김종한의 만화가 보여주는 스펙트럼 역시 그에 뒤지지 않는다. 김종한의 장편 데뷔작 격인 <플라잉타이거>는 전투비행이라는 특이소재의 작품이었고 첫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파이팅바람이>는 진돗개를 주인공으로 한 동물소재 만화였다. 오토바이 레이싱 소재의 <알피엠RPM>을 비롯 동물탐정 소재의 <에이A>, 무협 스타일의 <무림탑텐>, 성인 대상의 술 소재 작품 <카페이시스>, 증권 소재 작품 <신의 손>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색다른 소재를 작품화하고 있다. 허영만이 야구 골프 등산 요리 등 다양한 취미와 소재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작품을 하는 것과 같이 그 또한 다수의 작품을 삶을 통해 견인하고 있다. 

김종한은 만화계에서 소문난 오토바이광인 박흥용과 함께 허영만의 <동체이탈> 등의 작업을 진행하며 오토바이에 입문했다. 다수의 레이싱 대회에 참가해왔고 전문 레이싱잡지에 만화가 아닌 관련 칼럼을 연재할 정도의 수준이다. 윤태호의 <야후>에 등장하는 레이싱 장면의 모델 역시 그가 담당했다. 진돗개는 한때 17마리를 키울 정도의 애견가였고, 술에 있어서도 와인 애호가이면서 전문가 수준이다. 그러나 허영만이 다양한 소재와 장르에서 일국 최고의 작가답게 높은 대중적 인기도와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과 달리 김종한 만화의 다양성은 다양성 이상의 성과를 이끌지는 못했다. 작품 자체의 성과나 대중적 인기도에 있어서도 <파이팅 바람이> 이상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김종한 만화가 벗어나지 못한 지점으로 논의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한의 작화는 아동성향에서 가장 빛이 났다. 호흡이 짧은 에피소드 역시 그의 만화가 지닌 깔끔한 매력이다. 그러나 성인취향의 이후 작품에서는 따듯한 감성의 작화가 살아나지 못했고 상황극에 능한 그의 스토리는 장편만화의 미덕인 드라마성을 살려내지 못했다. 특이한 소재를 넘어서지 못하는 드라마의 취약성을 최근작 <신의 손>에서는 전문 스토리작가(엔브레인)와의 협업을 통해 넘어보려 시도했으나 미진하게 마무리됐다. 그에게는 아직 허영만 이외에도 넘어야할 산이 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만화규장각, 부천만화정보센터, 2004-02-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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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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