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 만화를 발견하다] 신영우의 키드갱 [시공사], 한국일보, 2004.2.3

잘 버무린 유행코드 비빔밥


조폭의 좌충우돌 육아기… 가정 바깥으로 시선 독특

낡은 정치인 퇴출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정치 신인’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정치 얼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각 정당이 정치권 밖의 유명인사를 의정활동 능력보다는 ‘얼굴 값’을 우선으로 영입하면서 등장한 용어이다. 국민의 ‘정치 신인 육성 열망’이 자칫 ‘변종 정치인 양산 프로그램’으로 흐를까 걱정되는 것이다. 

신영우의 ‘키드갱’은 조직 폭력배들이 ‘얼짱 신생아’ 철수를 키우는 과정을 그린 ‘조폭 코미디물’이다. 정통 건달을 주장하는 ‘피의 화요일파’ 보스 강대봉이 부하 셋을 체포한 형사의 아들을 유괴한다. 이때 석연치 않은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나 형사 부부는 사망한다. 

조폭이 형사를 이겼지만 전리품은 ‘양육 책임’ 밖에 없는 꼴이 됐고 때 아닌 ‘육아와의 전쟁’이 펼쳐진다. 육아만화 장르는 아이의 성장 과정 중에 겪는 에피소드를 시간대 별로 나열한 것으로 ‘잘 못 키운 자식에 대한 연민’을 기본 정서로 한다. 

육아를 책임지는 부부가 대개 초보 양육자이고 보면 아이의 성장과정은 곧 양육자의 실수와 좌절의 기록이고, 반성 또는 자기정당화의 시간이 된다. 

예컨대 아이를 업고 전봇대 앞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것은 기저귀도 안 찬 아이가 등판에다 소변을 본다는 식이었음을 깨닫고 애 키우는 아빠가 할 일이 아니었음을 반성한다. 또 ‘오냐 오냐’ 하면서 키워 놓고는 집에서 하던 버릇을 밖에서도 한다며 ‘요즘 아이들은 다 그렇다’는 말로 양육 책임을 피해간다. 

상황 파악 못하고 생글생글 웃는 아이에게 책임을 미룬들 아이를 미워할 수는 없으니 ‘무책임한 양육자와 무지한 아이의 관계’가 곧 육아만화를 재미있게 하는 요소이다. 물론 정당의 정치 얼짱 카드가 이런 식으로 흐른다면 대성통곡할 일이다. 

신영우는 데뷔 4년 차인 1998년 이 작품을 전작 단행본으로 발표하면서 주목 받는 작가가 됐다. 독자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상을 소재로 ‘조폭액션’ ‘허무개그’ ‘악취미’ 코드를 버무린 것. 최근 유행하는 각종 장르 요소를 한 작품에 정성스럽게 담은 ‘장르만화 종합 선물세트’인 셈이다. 조폭 육아 만화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작품 외적으로는 무려 3번이나 출판사를 옮기는 등 비운을 겪었다. 

운수 사나운 작품이지만 내용만큼은 ‘웃으면 복이 와요’급이다. 특히 기존의 육아만화가 가정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치중한 탓에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소재로 흘렀다면 이 작품은 가정 외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집중하면서 집단적이고 외향적인 즐거움을 만들어냈다. 즉 ‘육아 문제’가 친권자 개인의 비공개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잔치(조폭 주인공들 탓에 범법적인 요소가 많지만)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키우기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an.com)



한국일보, 2004-02-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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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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