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 만화를 발견하다] 서영웅의 굿모닝 티처, 한국일보, 2004.1.13

`어디 이런 선생님 없나?` 


소소한 일상 그린 학원물 과장 없어도 `찐한` 감동

남성적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야구감독 김응룡이 ‘종범이도 없고~ 동렬이도 없고~’라는 유행어를 만들었을 때만해도, 축구감독 히딩크가 ‘오대빵’이라는 별명을 얻고,대통령 후보 노무현이 ‘노짱 붐’을 일으켰을 때만 해도 남성 리더는 살아있었다. 승부수가 없었던 김응룡은 팀을 옮겨 우승을 이끌었고 히딩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노무현은 대권을 움켜잡았다. 

이들은 악조건을 극복했고 비난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남성 리더십은 사라졌다. 반면에 강금실 추미애 이효리 대장금(이영애)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리더십이 ‘남성 지도자 부재의 시대’에 뜨고 있다. 서영웅의 만화 ‘굿모닝 티처’는 요즘 뜨는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사실 ‘굿모닝 티처’는 고등학교 신입생 박영민을 주인공으로 한 학원 만화다. 이 장르의 만화가 대부분 액션 또는 로맨스를 주제로 하는데 비해 이 작품은 매우 소소한 학교생활을 소재로 한다. 반장 뽑고, 소풍 가고, 시험 보고, 방학 하는 과정을 대학진학 때까지 반복한다. 누구나 겪었을 아주 일상적인 사건이다. 극하게 싸우고 심하게 사랑해야 ‘만화적 재미’가 있다는 주장이 이 만화와는 전혀 상관없이 느껴진다. 

성장드라마의 성격을 지녔지만 성장통도 없다. 가장 불안한 나이의 주인공이지만 ‘범생이’ 마냥 튀지 않는다. 오히려 ‘청소년들은 이럴 때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치려 든다. 마치 계몽주의적 만화를 읽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만화가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순수하고 도덕적으로 전개된 이유는 여자 주인공 격인 선생님 캐릭터 때문이다. 

학원액션 만화의 선생님은 몽둥이를 움켜쥔 싸움 대상으로서의 남자 선생이고 학원로맨스 만화의 선생님은 연애 대상으로서의 남자 선생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정경희 선생님은 체육선생이면서 여자이고 연애 대상이라기보다는 대화가 통하는 친구이다. 정경희 선생님은 여자이면서 남자의 영역에 있고 남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여성적인 역할로 학생들을 이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지만 누구 못지않게 넓은 치마폭의 포용력을 지녔다. 사춘기 학생들을 설득하고 격려하며 그들의 문제가 무엇이든 신중하게 듣고 판단하며, 목표가 생기면 지속성을 유지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 ‘날라리’가 될 것 같던 학생들은 ‘범생이’가 되고 대학생이 됐다. 

남성적 리더십이 도덕적 해이와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분열을 야기했다면 순결한 인격과 평형감각, 사랑과 감성으로 대표되는 정경희 선생식 여성 리더십은 성원들의 관심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제 남성들도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환상을 버리고 유연하되 굽히지 않고 성원의 잠재력을 깨우는 여성적 리더십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어머니나 아내로부터.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an.com)


한국일보, 2004-01-1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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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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