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 만화를 발견하다] 김성모의 럭키짱, 한국일보, 2003.12.16

야쿠자·마피아도 덤벼라` 

87권 초장편 학원액션만화 `전범` `졸작` 평가는 엇갈려

‘여기는 카쯔시카(葛飾)구 카메아리공원 앞 파출소’라는 긴 제목의 일본 만화가 있다. 제목 만큼이나 내용도 길어서 1976년부터 지금까지 만화잡지에 연재 중이고 무려 137권의 단행본이 출간되어 ‘사상 최대 분량의 초 장편만화’로 기록되고 있다. 이를 바짝 뒤쫓고 있는 작품은 131권이 출간된 ‘고르고13’이다. 두 작품은 기록을 경신하며 몇 십 년 째 ‘초장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분야 최고의 우리 만화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 같은 조건의 잡지 연재를 기준으로 하면 각각 34권, 31권을 발행 중인 ‘삼국장군전’ ‘열혈강호’ 등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전작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된 작품을 기준으로 하면 초장편 작품이 다수 존재한다. 

50권 규모로‘신의 아들’‘슈퍼스타’등이 있고 100권 규모로는 ‘추혼’(총 139권 완결)시리즈, ‘도시정벌’(5부 총 123권 출간 중) 시리즈 등이 있다. 이들 초장편 만화는 A5판형으로 제작된 이른바 대본계 만화다. B6판형으로 제작된 코믹스판 만화(서점 판매용 만화) 중 최대 분량의 초장편 만화는 5부작 총 87권으로 완결된 ‘럭키짱’이다. 

‘럭키짱’은 스포츠신문 연재만화와 성인 취향의 특이소재 만화를 연이어 히트시키고 있는 김성모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부산 출신의 고교생 강건마가 서울의 쾌산고로 전학 와서 서울(1부)과 수원(2부) 일대의 학원가를 평정하고 일본(3부)과 미국(4부)의 학생 조직과 국제적 싸움을 펼치는가 하면 급기야는 성인 폭력조직(5부)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소한 시비로 시작된 작은 싸움이 회를 거듭하면서 반일 감정과 애국심이 이유가 되는 거대한 규모의 싸움으로 확대된다. 김성모는 위태로운 풍선불기 놀이를 즐기듯 가장 크게 부풀린 싸움을 더 크게 부풀려 논다. 현실성 없는 사건의 나열은 다양한 말장난과 빠른 상황전개로 커버했고 87권이 지루해할 시간 없이 흐르게 했다. 

재미만을 좇는 잔인한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럭키짱’ 유형의 초장편 만화는 ‘읽는 맛’ ‘책장 넘기는 맛’이 중요한 소비성 대중문화 상품이다. 이는 몇몇 전문가의 좋은 평가보다는 수많은 독자의 왁자지껄한 독후감을 원한다. 

이 작품은‘한국 만화의 발전을 틀어막은 졸작’ ‘체인베틀(Chain Battle)형 학원액션 장르 만화의 표본’ 등 엇갈린 독후감을 받았지만 작품의 완결 이후로도 끝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싸 좋구나’ ‘뼈 속까지 아프다’등의 작품 속 대사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폭넓게 사용되는 유행어가 됐고, 1만3,000여 쪽에 이르는 작품 이미지는 인터넷의 ‘럭키짱 폐인’들에 의해 다양한 패러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럭키짱’이 기록적인 대작이나 명작은 아닐지라도 이쯤 되면 행복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an.com)



한국일보, 2003-12-1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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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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