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정부의 만화지원정책과 문화콘텐츠진흥원, 코코리뷰, 2003


문화관광 시대, 출판만화의 위치


이번 호 <코코리뷰>는 문화관광부에 집중한다. 우리 만화계는 물론이거니와 예술 문화산업 스포츠 관광 종교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의 조직과 문화진흥정책, 관련 법규와 단체 등을 문헌 및 정부 공개자료 등을 통해 ‘만화’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올해 사업 등을 살펴본다. 

<코코리뷰>는 이번 호를 시작으로 넓게는 ‘문화의 세기, 지식정보화 사회’ 좁게는 ‘문화예산 1% 시대’에 활동 중인 만화관련 정책 입안자, 각급 단체장 등을 만나 볼 것이고 이는 우리만화계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 논고는 문화관광부의 <문화정책백서> 등의 공개문헌을 중심으로 쓰여졌으며 일부분을 발췌 수록했다(편집자 주). 


1. 문화관광부의 역사


문화관광부는 1948년 신설된 공보처를 효시로 한다. 공보처는 정부수립과 함께 국가의 이념과 정책을 선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 이후 공보처 및 문교부의 문화국, 그리고 1961년 설치된 교통부의 관광공로국의 업무를 이관 받아 기본 틀을 갖추었다. 공보업무와 문화예술업무의 통합으로 1968년 문화공보부가 발족되었고,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공보처(현 국정홍보처)가 분리되어 문화부로 공식 출범했다. 1993년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가 통합되어 문화체육부로 개편되었으며, 1994년에는 교통부의 관광국 업무가 이관됐다.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문화관광부로 개편 현재에 이르렀다.

조직은 장관과 차관 밑에 1차관보가 있고 2실(기획관리실·종무실), 6국(문화정책국·예술국·문화산업국·관광국·체육국·청소년국), 5관, 5담당관, 29과로 구성되어 있다. 소속기관으로는 예술원사무국,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국어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극장,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원, 국립민속박물관 등 16개 기관이 있고 외청으로 문화재청이 있다.

2002년 주요시책으로는 순수문화예술의 진흥과 우리문화의 세계화, 중산층·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복지 확대, 문화산업을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21세기 청소년상 정립 등 21세기형 지식·문화 국가를 지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 문화관광부의 조직과 활동


문화관광부는 2실 6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획관리실은 문화관광부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예산의 편성 및 집행의 조정, 주요사업의 심사?분석, 행정?법령의 입안 및 심사 등 정책 수립과 조정 역할을 수행한다. 종무실은 종교정책업무를 총괄한다.

문화정책국은 문화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언어, 저작권, 도서관 및 박물관 등을 관장하는 부서로서 하부조직으로 문화정책과, 국어정책과, 도서관박물관과, 저작권과가 있다. 이중 문화정책과는 문화정책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조정,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지도?감독 및 문화예술진흥기금 관련 사항,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지도?감독, 한?일 문화교류정책 수립, 입장권표준전산망업무 추진, ‘문화의 달’ 및 ‘문화의 날’ 사업 추진, 기업메세나 관련 업무, 민족문화의 전승 및 개발?보급 등의 사업을 담당한다. 저작권과는 저작권정책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저작권신탁관리허가 및 대리중개업신고,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사항, 저작권 관련 국제교류 및 협력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예술국은 문화예술 창작지원과 국민의 문화예술 향수권 신장을 위한 예술 진흥정책의 수립, 창작활동의 지원,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보급 업무를 수행한다. 하부조직으로 예술진흥과, 공연예술과, 전통지역문화과, 문화교류과가 있다.

문화산업국은 문화산업을 21세기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영화·영상·게임·음악·출판·애니메이션·방송·광고 등 각 분야의 기반시설 확충, 전문인력 양성, 고부가가치 문화상품 개발, 우리 문화산업의 해외진출 지원확대 등 문화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 업무를 수행한다. 하부조직으로 문화산업정책과, 출판신문과, 방송광고과, 영상진흥과, 게임음반과, 문화콘텐츠진흥과가 있다. 이중 문화산업정책과는 문화산업진흥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조정, 기반확충 및 제도의 정비, 국제통상기구·외국정부 및 외국기관과의 협력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출판신문과는 출판?인쇄 및 정기간행물산업의 진흥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시행, 제작활동 및 관련단체의 지원, 유통구조 개선 및 지원, 정기간행물의 등록과 출판물 및 정기간행물의 납본에 관한 사항,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및 언론중재위원회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2001년 조직 재편을 통해 설치된 문화콘텐츠진흥과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 및 디자인·캐릭터·도자기·전통공예품·출판만화 등 문화상품산업의 진흥, 관련 단체 지원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문화상품 개발·보급을 위한 조사·연구, 멀티미디어 콘텐츠 및 문화상품의 유통구조 개선·지원과 기반확충을 위한 제도정비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3. 주요 법령


문화관광부가 관장하고 있는 법령은 크게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체육청소년 분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서로 다른 부처에서 다뤄졌던 문화행정, 관광행정, 체육행정을 통합하여 문화와 관광, 체육의 조화로운 접목을 통해 행정 효율성을 높였다.

문화예술 분야의 법제는 음악·무용·연극·연예·국악·곡예 등 문화예술활동과 인류·역사·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전시·보존하는 박물관·미술관 등 각종 문화시설에 관한 법률, 그리고 종교단체에 속하는 민족문화유산인 전통사찰과 향교재산에 관한 사항, 유?무형문화재?기념물?민속자료 등 국가적·민족적·세계적 유산가치가 있는 문화재와 관련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 속하는 법률로서는 「문화예술진흥법」, 「지방문화원진흥법」, 「공연법」, 「저작권법」, 「대한민국예술원법」,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등이 있다. 문화산업에 관한 법제로는 영상물을 중심으로 한 협의의 문화산업 관련 법제와 출판 및 언론?방송관련 법제로 구분된다. 협의의 문화산업 관련 법제로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영화진흥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영상진흥기본법」 등이 있다. 출판 및 언론·방송에 관한 법제로는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출판사 및 인쇄소의 등록에 관한 법률」,「외국간행물수입·배포에 관한 법률」등이 있다.

대한민국 법전에 ‘만화’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고 문화관광부가 관장하지 않는 법령으로는 학교보건법, 학원설립법, 청소년보호법,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등이 있고 ‘출판물’이 포함되어 있는 법령으로는 형법, 경범죄처벌법,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4. 2003년 예산과 주요사업


2003년도 문화관광부 예산은 총 1조 931억원 규모로 2002년 예산 1조 991억원 대비 60억원, 0.5%가 감액됐으나 문화재청 예산 3,333억원을 포함한 2003년 전체 예산규모는 1조 4,264억원으로 2002예산 1조 3,985억원과 대비하여 279억원, 2.0%가 증액됐다. 부문별로는 문예진흥이 5,285억원으로 48.3%, 문화산업이 1,893억원으로 17.3%, 관광이 2,304억원으로 21.1%, 체육청소년 부문이 1,449억원으로 13.3% 규모로 전체적인 비중에서는 문예진흥, 관광, 청소년 부문이 다소 높아졌고 문화산업, 체육 부문이 낮아졌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진흥 부문 주요사업 예산 구성은 문화산업진흥기금 조성, 지방문화산업기반 조성, 아시아 출판문화정보센터 건립, 영화진흥금고 지원, 한국영상자료원 지원, 영화필름제출 보상금 지원,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출판산업 육성,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 게임음반산업 육성, 캐릭터산업 육성, 방송광고산업 육성, 2003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참가, 문화콘텐츠 진흥, 문화콘텐츠진흥원 지원, CT타워 건립 등이다.

출판만화산업과 관련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2003년 주요사업과 예산은 100억원 규모로 문화산업부문 예산의 5.5% 이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5대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출판만화가 차지하는 규모는 2.8% 수준으로 실 시장보다 큰 지원 규모이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검토하면 그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


주요사업내용은 아래와 같다.

- 우수 신인 만화 프로젝트 지원(3억원) 

- 우수 학습 실용만화 제작지원(3억원) 

- 우수 만화 원화작품 공공도서관 등 순회 전시사업(1억원, (사)한국만화가협회) 

- 우수만화 제작지원(1억원) 

- 만화의 날 기념사업(1억원, 만화의 날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선정 시상(3천1백만원) 

-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사업(4천8백만원) 

- 부천만화정보센터 운영지원(4억원, (사)부천만화정보센터) 

- 출판만화 유통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5억원, (사)한국만화출판협회) 

- 우수만화전문잡지 창간/운영 및 만화서점 지원(융자사업, 20억원) 

- 현지어 버전 제작 및 해외 공동제작 지원(2억원) 

- 만화해외전시 참가 지원(3억원) 

- 만화중심의 스타프로젝트 활성화(35억원, 장르 구분없이 문화콘텐츠 일반 대상) 

- 출판기획 마케터 등 만화전문인력 양성 지원(40억원, 문화콘텐츠 일반) 

- 만화창작/유통인력 육성을 위한 표준 커리큘럼 개발 지원(5천만원) 

- 초중고 및 일반인 대상 만화교육 프로그램 활성화(1억원) 

- 디지털 이미지 레퍼런스 북 제작지원(3억원) 

- 디지털 만화 기술개발 사업 지원(5억원) 

- 아시아 만화 협력 네트워크 구축(5천만원) 

- 단계적 해외만화시장조사를 통한 해외진출전략 수립 지원(1억원) 

- 만화 대여권 제도의 단계적 도입(2천만원)


* 별도의 기관 및 단체명이 없는 사업은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다.


상기 사업 예산 편성에 의하면 75억원이 스타프로젝트와 문화콘텐츠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집중되어 있다. 단일 콘텐츠의 다매체 상품화를 목적으로 하는 스타프로젝트 활성화 사업은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연계하는 것으로 디자인과 영상산업에 가깝고, 문화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사업은 만화창작 및 유통인력 양성으로 보기에는 부적합하다. 결과적으로 두 사업의 75억원을 관련 예산에서 제외한다면 출판만화산업에 투여되는 정부지원 예산은 대략 25억 여 원 수준이다. 이는 출판만화시장 규모보다 작은 1.3% 수준이다.


5. 만화관련 공공기관 및 단체


문화관광부는 문화관광부장관 하의 소속기관으로 예술원 등 10개의 국립문화예술기관을 두고 있다. 이중 굳이 만화관련 기관을 찾자면 한국종합예술학교를 들 수 있겠다. 이 학교의 영상원 내에 애니메이션과가 설치되어 있고 동과에서 출판만화관련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 하에 있는 비영리기관으로 산하기관 및 단체는 공공문화예술기관으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특수법인 형식의 문화예술기관 및 문화행정기관, 민법상 법인형식의 정부 재정지원하의 문화기관, 민간 비영리 문화예술기관이 포함된다. 이중 만화 관련 기관과 단체는 아래와 같다.

- 특수법인 형식의 문화예술기관 및 문화행정기관 : 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등 

- 민법상 법인형식의 정부 재정지원하의 문화기관 : 문화정책개발원, 한국언론재단 등 

- 민간 비영리 문화예술기관 :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한국만화출판협회, 부천만화정보센터,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한국만화문화연구원 등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서울시 산하의 재단법인 임.


6. 문화관광 시대, 출판만화의 위치


문화관광부의 연혁과 그 조직, 업무의 범위와 역할, 관련 법령과 주요 사업의 예산, 예산 사용 기관 등에 대해서 정리해봤다. 해야 할 이야기, 선택하고 배제해야 할 부분, 집중하고 감시해야 할 영역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시작이겠다. 문화산업국, 문화콘텐츠진흥과의 조직구성, 업무범위와 장르별 업무 배분,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진흥위원회의 구성,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사업과 예산 집행 방식 또는 그 성과, 간행물윤리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심의 관련 업무 실태와 관리감독 권한과 책임, 저작권심의위원회의 역할 등. 또 만화관련 민간 비영리 단체의 재정지원 현황과 활용 실태, 설정된 사업의 실효성과 영향력 등등. 그러나 일련의 활동과 책무는 잠시 뒤로 미루자.

우리는, 우리만화는 여전히 자기 위치 확인도 하지 못하는 ‘눈 뜬 봉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만화의 힘을 세상이 알아주었을 때도 동네잔치에서 빠져나오길 꺼려했고, 만화의 역할을 쥐어 주었음에도 주변부에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 역할이 남의 땅에서 열매를 맺고 있을 때도 헛기침만 해댔다.

시기는 지났고 시대도 바뀌어 힘도 역할도 없어진 뒤 ‘이게 원래는 내꺼였는데...’ 식으로 난데없이 남 탓을 하고 있다. 남 탓에 이어지는 난리 블루스의 후속편은 ‘나 좀 도와줘’이고 ‘같이 좀 먹고 살자’이다. 만화가 뉴미디어시대, 디지털시대, 인터넷시대의 핵심 언어이며 재료임을 남들이 시시각각 알려주고 훈수를 들어 줄 때는 봉 대접이라도 받는 냥 신경질 적이더니 이제 애니메이션이 게임이 아바타가 만화의 언어로 조작된 것이라고 한들 누가 그 꼰대 떠는 소리를 들으려할 까. 만화가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언어이니 이를 가르치고 이를 통해 타 매체와 채널을 융합해내야 이른바 ‘마음산업’이라는 콘텐츠산업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들 씨가 먹히겠는가. 이미 다른 매체와 채널이, 신 거점을 통해 만화를 융합해 버리고 진지를 구축해버린 상황에서, 빼앗긴 땅에 나는 열매를 네 것이라 던져 줄 이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만화계는 늘상 난리였다. 호불황에 관계없이 난리는 반복됐다. 호황일 때는 관의 통제가 왔고 불황일 때는 민의 인심조차 잃어 버렸다. 그래서 이를 복구하고 보전하기 위해서 만화계는 늘 난리법석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탈탈 털어서 깨끗이 분해해버리고 새롭게 하나둘 시작하자고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여권의 법제화 등도 어찌 보면 지난 과거사를 전면 부정하는 논의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있는 것을, 사용 가능한 자원을 견고히 하고 새로운 흐름과 줄기를 쏟게 하고 싶다. 일단 있는 엔진이라도 정비해서 움직이게라도 해놓고 분해 직전의 것들을, 이왕에 분산된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그 쓸모와 형편에 맞춰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관의 지원과 진흥이라는 명분이 건전한 시장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됨은 분명하지만 사용 가능한 자원의 첫머리에 관이 있음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

만화는 문화관광부 내 문화산업국의 문화콘텐츠진흥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예전에는 산업국 내의 출판신문과와 영상진흥과가 만화 관련 업무를 나눠서 담당해왔으나 2001년 문화콘텐츠진흥과의 신설로 애니메이션 음악 게임 캐릭터 출판 만화 등의 콘텐츠 전반을 담당하는 과가 내부 조직 정비를 통해 신설됐다. 법전에 명기된 문화콘텐츠진흥과의 업무중에는 ‘캐릭터·출판만화 등 문화상품의 개발 및 활성화 지원’이라는 항목이 있다. 문화콘텐츠진흥과장은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정보통신관련 기술지원을 제외한다) 및 캐릭터·출판만화 등 문화상품산업의 진흥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시행’을 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진흥법과 그 시행령 어디에도 ‘만화’ 또는 ‘출판만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 출판 애니메이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처럼 현행 문화산업진흥사업의 문맥 속에서 만화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물론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1999년 제정된 것으로 2001년 신설된 문화콘텐츠진흥과의 업무분장 항목보다 구 법에 속한다. 이를 두고 ‘출판만화’ 매체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자는 이가 있다면 그건 그렇게 하자. 중요한 것은 여전히 만화는 출판의 형세에 가려있고, 캐릭터 뒤에 놓여 있으며, 애니메이션과는 이미 견줄 수 조차 없는 형편이다. 어쩌겠는가? ‘간섭이나 하지 말아라!’며 튕기던 그 시절로 ‘나 돌아갈래!’하고 외쳐봐야 소용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대접이 형편없으니 밥상을 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인이든 객이든 불러놓고 차근차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좀 더 많은 지혜와 의지가 뭉쳐서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 허튼 지식과 일방적인 선언이나 운동만 가지고는 불가하다. 문예인줄 알았던 문화가 산업이 되는 세상이고 공보가 관광이 되어 둘을 붙이니 정보화 사회의 기틀이 형성되고, 사회문화 발전에 이바지가 되며, 국부 창출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그런 세상이다. 관과 민, 이념이 다른 민간단체, 관련 기업, 생산주체, 소비 주체 그리고 무엇보다 매체 자체가 적극적인 스와핑은 못하더라도 능동적인 가능성과 융합의 시도는 지속화해야 한다.

적대시하고 스스로 소외당할 이유는 없다. 또한 무슨 철밥통이라도 움켜쥔 냥 힘줄 올려가며 방어할 이유도 없다. 출판만화진흥법을 만들든, 기왕의 문화정책에 만화관련 항목을 좀 더 두툼하게 만들든, 그도 아니라면 현재 사정 내에서 가용한 재정을 좀더 가치있게 쓰게 하든 한데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 행정당국과 소속 기관, 산하 기관, 민간단체, 무소속 창작주체, 생산주체, 유통주체, 소비주체 등 대의권을 지닌 이들이 참여해서 불안한 만화의 위치를 재정립하는데 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황의 만화, 위기의 만화를 견인하는 활동이 무슨 의식이나 제사마냥 엄숙 또는 내밀하게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 참여를 호소하고 공개하여 위기극복의 활동이 잔치가 되도록 하고 성취의 가치들을 새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가진 것들을 내놓아야 하고 이왕에 쓰일 것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고 와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 <끝>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코코리뷰, 한국만화문화연구원, 20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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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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