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야가미 히로키의 지-테이스트, 굿데이, 200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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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가미 히로키의 지-테이스트

<슬램덩크>가 거친 남자들을 내세운 농구만화였다면 <디어보이스>는 낭만소년과 미소녀 부대를 앞세운 연애 농구만화였다. 이 작품은 첫사랑의 풋풋함과 미묘한 감정선을 경쾌한 터치로 담아낸 야가미 히로키의 출세작이다.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만나느냐보다 어떤 상황일 때 사랑을 느끼게 되는지 작가는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런 작가가 어느 날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며 묘한 고백을 시작한다. 

그 고백은 <지-테이스트>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일본 열도를 흥분시켰다. 작가는 `저는 각선미와 힙라인의 신봉자입니다. 각선미 중에서도 힙라인으로 이어지는 곡선 부위, 하이힐 때문에 생기는 긴장된 근육이 그려내는 곡선은 환상적입니다`라며 여성의 신체와 이것을 보는 시각에 대해 고백한다. 

그림으로 가능한 것을 대사로 처리하지 않는 작가의 스타일. 이 섬세함이 수줍게 감춰진 여성의 속살을 파고든다. 작가가 훔쳐본 여성에 대한 고백서 형식의 이야기는 지하철, 책상 아래, 계단 등으로 장소를 옮겨간다.

여성에 대한 작가의 관찰이 첫번째 이야기라면 두번째 이야기는 여성의 고백. 일본 만화나 PC게임에 주로 등장하는 `메이드 걸`(상대방 남자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는 소녀)들이 매회 등장한다. 메이드 걸들은 여성들의 성적 심리를 `안돼요∼ 돼요`로 이해하는 어린 남성들을 들뜨게 한다. 

관음적 탐미주의와 여성 소품에 대한 성적 숭배, 온갖 치장으로 아름다움을 형상화할 수 있는 `화장하는 여성`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 그리고 끈적하지만 어리석고, 괘씸하지만 귀엽게도 느껴지는 남성의 시선. 

이 작품을 보노라면 <디어보이스>의 건강함이 행여 작가의 괴상한 성취향 때문이 아니었나 의심이 될 정도다. 물론 여성의 불쾌감을 상당히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남성에게는 없는 힙라인과 스타킹을 신었을 때 달라지는 근육의 생김새는 아름다움의 완성형`이라고 반박한다. 

<지-테이스트>는 연재 당시의 인기에 힘입어 TV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금방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여성과 그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한 남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작만화의 이미지와 진짜 배우의 모습이 중첩되면서 다시 한번 일본 전역을 흔들었다고 한다.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굿데이, 2001. 12. 2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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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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