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존] 디지털 만화를 논한다, 2001


디지털 만화를 논한다 ! - 박석환

‘디지털’이란 말이 각광받는 현대사회. 언제부턴가 대여점이나 대본소가 아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만화를 보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것을 보면 만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과 초고속 통신망의 대중화가 빚어낸 디지털 만화. 그러나 너무 이른 것일까... 아직까지는 디지털 만화에 대한 적절한 이론서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며칠전, ‘디지털 만화‘ 관련 서적이 출판되었다.
이에 국내외 최초의 ‘디지털 만화’ 서적 <잘가라 종이만화>의 저자인 박석환 씨를 만나보았다.

잘가라, 종이만화! 수많은 만화 관련 서적들이 출판된 상태지만 ‘디지털 만화’ 관련 서적으로는 첫 출판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CD롬이나 PC통신을 통해 기존 출판만화를 디지털화해서 서비스해 온 것이 이미 10여 년이 지났는데 이와 관련된 연구서가 없었다. 없기 때문에 집필을 시작한 것이기도 하고, 해서 어렵기도 했는데 조사할 자료가 없어서 다른 이론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오히려 도움이 됐다.”

<잘가라, 종이만화>가 기존의 만화 관련 서적과 완전히 차별되는 점이라면 ?


“이 책은 원래 연구서의 컨셉으로 집필됐다. 집필을 진행하면서 읽혀야 한다는 입장이 들어서면서 대중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일부 챕터가 조정됐고 전반적으로 개론서나 입문서의 형태를 취하게 됐다.
디지털만화에 대한 개념정립, 디지털만화의 제작 및 비즈니스 모델 사례 검토, 세계의 유명 사이트 소개, 국내 인터넷과 컨텐츠산업에 대한 현황 소개와 인터넷 만화사이트 분석,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문제점 도출 및 대안 검토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디지털 만화? 아직도 디지털 또는 온라인 만화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만화=만화책이라는 인식이 강한 국내 환경에서 만화책만화가 비물리적이고 전자적 형태로 전환되어 상품화가 된 최초의 모델은 1993년 월드픽쳐와 코리아실렉트웨어 등의 업체로 부터이다. 강철수, 신문수, 박원빈 등의 작품을 CD롬에 담은 이들 업체는 곧 이어 이를 PC통신을 통해 서비스했다. 전자적 형태의 만화 상품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분점이 생기면서 ‘파일화’와 ‘저장’, ‘전송’의 개념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로부터 전국민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디지털만화의 영역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장 발전했다. 인터넷만화라는 개념은 1996년 (주)한아름닷컴이 www.manhwa.co.kr을 통해 ‘인터넷만화방’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인터넷만화방’은 만화방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스캔만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 모델이 ‘온라인만화서비스업’의 대명사가 되면서 ‘인터넷만화’라는 장르가 자리 잡았다. 선점 업체인 ‘인터넷만화방’의 상호명은 각종 포털사이트에 ‘인터넷만화’라는 카테고리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밖에 최근 모바일폰과 PDA 등의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서 디지털화된 만화책만화의 유통 소비 환경의 구축이 일단락 됐다. 이를 중심으로 제작, 생산되는 만화적인 형태를 취한 모든 것을 일단 디지털만화의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만화에 대한 인식은 일반 독자들은 물론 만화가들에게조차 미미한 상황인데, 타개책이라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만화에 대한 인식 문제라면 ‘무료 소비를 원하는 독자의 입장’과 ‘디지털화에 따른 저작권 보호 장치 미비를 걱정하는 작가의 입장’ 정도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온라인 만화를 무엇 때문에 돈을 내고 봐야 하는가?’라고 묻는 것이 안타깝게도 대중의 생각이다. 인터넷이라는 급조된 신대륙에서는 ‘자연적인 생산물의 공유나 확보’라는 원시적인 경제 활동과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화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 활동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원시와 현대가 한 시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시는 현대를 지향하는 운명을 타고 있지 않은가. 작가의 저작권에 대한 개념. 그리고 디지털만화의 확대가 출판만화의 쇠퇴 또는 소멸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역시 안타깝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디지털 사회의 화두와도 같다. 그것은 곧 개별화된 상품이고 교환가치가 있는 재산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에 대한 개념 혼란으로 또는 기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들의 불손한 인식으로 인해 몇몇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지만 너무 많은 피해의식은 작가-출판사-독자, 작가-서비스업체-이용자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디지털 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는요?


“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등단하고 나서 한국만화문화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평론가라는 타이틀을 쥐게 되어서 오히려 거북한 부분이 많았는데 만화계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특히 그랬다. 발이 넓지도 않고 실제로 다리도 짧아서(천성상 움직이는 것도 싫어한다) 연구활동의 대개는 문헌조사를 중심으로 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오혜성 식으로 말하자면 ‘도서관과 만화방은 내게 성전이었고 PC통신과 인터넷은 복음이었다.’ 또 한만연의 정체성이 한국만화사 정립에 있었던 만큼 이를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검토 된 것이 CD롬과 PC통신이었고 다행스레 몇몇 관련 업체들의 제안 작업에 참여했었다. 연구원 기관지인 <코코리뷰>와 첫 평론집인 <만화시비 탕탕탕>,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벌 등을 통해 간간이 만화와 멀티미디어, 또는 인터넷과의 접목을 검토했다. 1999년 말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 만화 포탈 ‘코믹플러스’ 프로젝트 개발 진행 제안을 받았고 2000년 초에 이를 근간으로 집필을 계획했던 ‘디지털만화론’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연구저술지원 공모에 당선되면서 이 책이 나오게 됐다. 디지털 시대에 젊은 만화평론가에게 주어진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저술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겨진다.”

디지털만화와 출판만화의 가장 큰 차이점, 혹은 디지털만화만이 갖는 장점이라면?
“현재 디지털만화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출판만화를 모방한 것과 애니메이션을 모방한 것. 서비스 형식면에서는 잡지를 모방한 것과 출판 유통 시스템을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디지털만화는 예술가나 수공업자의 위치를 컴퓨터 아티스트나 기술자의 위치로 바꾸고 오프라인의 모든 것을 흉내내는 데 급급하다. 해서 출판만화계가 디지털만화계를 위협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당연해 보이고 출판만화와 디지털만화가 이미 분리의 대상이 아니고 함께 중심을 찾아가는 무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미 출판만화계 내부에서도 폭넓은 의미의 디지털만화가 기본이 되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할 때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출판사에서 편집을 할 때도 전자장치의 활용이 이뤄진다. 이를 상품화 시키는 측면에서 출판상품이냐 디지털상품이냐가 나뉠 뿐이다.”

출판만화가 줄 수 있는 매력은 우선 책 자체를 소유한다는 즐거움, 나의 것이라는 소유의 즐거움인데 현실적으로 디지털만화는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자북 시장이 아직 출판 시장과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하에서 디지털만화가 출판 만화를 앞서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 그 가장 큰 파워는 무엇일까요 ?


“소유의 즐거움은 크다. 그러나 현재 출판만화계에서 생산해내는 출판상품들은 소유를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수집욕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종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종이 위에 인쇄된 것을 제외하면 수집이나 보존의 대상이 될 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 최근 프랑스 만화나 서점 판매용 만화들이 코믹스나 만화방용 도서와는 다른 외형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 중심의 변화는 없다.
소장할 수도 있는 책이 아니라 소장할 만한 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출판만화는 디지털만화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할 것이다. 또 이와는 다른 입장에서 정보화사회에서 소유의 개념은 그전의 지식 소유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지식이나 정보는 두뇌나 서가가 아닌 디지털화 된 방식으로 저장되어 있다. 필요할 때 검색해서 활용하고 마는 것이지 언제 쓸지도 모를 것을 암기하고 서가에 꽂아두는 개념은 아니다.”

출판 만화 시장의 위축이 디지털만화 시장의 확대와 연관성이 있을까요? 혹시 출판 만화 시장의 축소로 인해 디지털만화 시장까지 함께 위축될 가능성은 ?


“현재 디지털만화는 출판만화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수급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출판만화 시장의 축소는 당연히 디지털만화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디지털만화의 축소가 출판만화 시장의 확대나 발전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아울러 출판만화 시장의 위축이 디지털만화에 의한 것도 아니다.
현재 만화는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에 만화적인 요소가 빠지면 큰 일 날 것만 같다. 그러나 이를 견인한 만화책 만화작가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궁핍해하고 있다. 만화전문 출판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디지털사회의 도래가 작가나 출판사가 가졌던 독점적 지위를 하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책은 작가가 만들지만 만화는 누구나 그릴 수 있으며 만화책의 배포와 유통은 출판사가 하지만 만화적인 것은 누구나 제작 배포할 수 있다. 만화문화가 성장하는데 꼭 만화작가와 만화출판사가 따라서 부유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시기가 지난다면 상황은 좀 더 달라져서 새로운 전문가 그룹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로서는 출판만화가 디지털적인 변화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시장 수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상품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한국, 일본, 미국, 유럽 등등의 디지털 만화 시장마다 특징이 있는지요. 있다면 한국의 디지털 만화 시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요?


“현재 인터넷, 디지털만화 영역에 있어서 국내 환경보다 풍요로운 곳은 없다. 그러나 양에서 벗어나 질을 놓고 본다면 국내의 디지털만화가 다채롭기보다는 대규모 소비를 지향하는 오프라인의 만화구독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나라별로 간략하게 특이점을 거론한다면 일본의 경우는 종수의 확대 측면보다는 보여주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으며 시장 모색기에 걸맞게 저작권 보호 장치 등 기초를 다지는데 충실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만화 구독 환경보다는 출판만화의 판매를 위한 보조 홍보수단이나 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홍콩이나 대만의 경우는 미국식 만화 제작 환경을 답습한 출판물인 까닭에(글자가 많고 디테일이 높아서 국내 출판물처럼 한 화면에서 보여주기가 어렵다) 플래시를 통한 재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추후 만화계의 중심이 디지털 만화로 바뀔 수 있을까요? 디지털 만화의 향방에 대해 점쳐주세요.


“현재 디지털만화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출판만화를 모방한 것과 애니메이션을 모방한 것. 서비스 형식면에서는 잡지를 모방한 것과 출판 유통 시스템을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디지털만화는 예술가나 수공업자의 위치를 컴퓨터 아티스트나 기술자의 위치로 바꾸고 오프라인의 모든 것을 흉내내는 데 급급하다. 해서 출판만화계가 디지털만화계를 위협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당연해 보이고 출판만화와 디지털만화가 이미 분리의 대상이 아니고 함께 중심을 찾아가는 무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미 출판만화계 내부에서도 폭넓은 의미의 디지털만화가 기본이 되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할 때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출판사에서 편집을 할 때도 전자장치의 활용이 이뤄진다. 이를 상품화 시키는 측면에서 출판상품이냐 디지털상품이냐가 나뉠 뿐이다.”

코믹플러스의 기획실장이신데, 코믹플러스의 디지털 만화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요?


“경쟁사인 코믹스투데이가 잡지의 형식으로 취하고 있다면, 코믹플러스는 만화 총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철저히 개인회원 대상의 잡지 서비스 모델과 기업 회원을 중심으로 한 총판의 서비스 모델은 향후 디지털만화의 양대 체제를 구축하게 할 것이다. 또 타업체와 달리 ‘디지털만화포털’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만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현재 코믹플러스의 유통망은 단순히 PC라는 미디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PC for e-book을 비롯 전자책 단말기, PDA, 모바일폰, 인터넷TV와 셋옵박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서비스가 실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를 미디어에 가장 적합한 형식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끝내며 슬쩍 물어본 “책이 잘 팔릴 것 같으세요?”라는 질문에 “많이 팔리기보다는 제대로 읽히기를 원한다. 미처 적어내지 못한 것들까지도”라고 대답한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최초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잘가라 종이만화>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디지털 만화계의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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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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