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힙합과 짱을 한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면, 씨네버스, 2001.4.10


세계의 인터넷만화사이트 3. 


「만화의 나라」의 PDF만화 manga.accessticket.com


일본의 만약에 사업

만약에. 만약에 지금 전쟁이 난다면. 누구와 누가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동서냉전의 종식과 함께 이러한 유의 ‘만약에’가 사라져버렸다. ‘만약에’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사라진 지금 그에 따른 고민도 없어졌고 최소한 만화나 영화는 중요한 소재 하나를 잃어버렸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운다면, 에일리언과 로보캅 또는 터미네이터가 한판 붙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 업체인 캡콤은 미국 마블코믹스의 슈퍼영웅들과 자사의 히트 상품인 스트리트파이터의 영웅들을 한 무대로 모아서 게이머들이 패싸움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발표했고, 완구제작업체 반다이의 반프레스토는 마징가, 게타로봇 등 추억의 거대로봇들을 한자리로 불러 게이머들이 질펀한 쌈판을 벌릴 수 있도록 개발한 게임을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다. 


만약에 사업과 만화잡지의 편집 전략

‘만약에 사업’은 일본 대중문화의 고유한 색깔이다. 수없이 많은 종류, 많은 형식의 ‘만약에 사업’이 지금도 시도되고 있으며 정착화 되고 있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의 문화생산이라는 맥락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일본의 동인지계 만화시장이 고속성장을 거두고 있는 것은 유명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작품 간 벽을 허물고 한 공간에서 마주서게 하는(가령 <슬램덩크>의 주인공과 <북두의권>의 주인공이 동성애를 나누는 등) ‘만약에 사업’의 효과라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인터넷으로 디지털화 된 만화의 구독 권리를 판매하는 「만화의 나라」도 이 ‘만약에 사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이다. 이 업체는 액세스 티켓 시스템이라는 저작권 보호 및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중심으로 오프라인의 유명 만화출판사들과 컨소시엄을 형성 사이트를 운영 중에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코단샤, 쇼오가칸, 하쿠센사, 아키타서점 등은 일본의 대규모 만화시장을 분할 점거하고 있는 메이저급 업체들이다. 이 출판사들은 다수의 만화전문잡지와 만화 단행본을 발행한다. 연재물 형식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이들 잡지는 대개 몇몇 인기작품들에 의해 주도된다. 이른바 만화잡지의 투톱 시스템은 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한 잡지의 가장 대표적인 두 개의 작품을 뜻한다. 국내 만화 출판사들 역시 이러한 일본의 편집전략을 참조, 90년대 초반 만화잡지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로 다른 잡지에서 연재중인 인기만화가 한 곳에

이 전략에 의하면 두 편의 인기작들로 인해 잡지의 판매가 늘어나면 함께 수록된 다른 작품들에 대한 독자 인지도가 높아져서 이후에 각 작품들이 단행본으로 묶여졌을 때 판매가 상승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편집 전략이다. 그래서 국내 독자라면 만약에 《아이큐점프》의 <힙합>과 《소년챔프》의 <짱>이 함께 수록된 잡지가 있다면 하고 바라게 된다. 이는 비단 독자의 입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편집자나 잡지사도 바라는 것이다. 저런 유의 작품이 우리 잡지에서 나왔으면, 또는 서로가 저런 작품이 한편만 더 있었다면 하고 바라게 마련이다. 만화의 나라는 독자와 잡지사의 이런 욕구를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각 출판사와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잡지사별 최고의 작품들을 모았다.

《소년선데이》의 <ARMS>, <명탐정 코난>, <견야차>, 《소년매거진》의 <소년탐정 김전일>, <GTO>, 《소년챔피언》의 <우당탕탕 괴짜가족>, JET COMICS의 <베르세르크>, 《모닝》의 <아빠는 요리사>(이상 국내 출간명) 등 국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의 최근호가 잡지 발행 후 1주일 만에 디지털화를 거쳐 인터넷으로 서비스된다. 만약에 이 모든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잡지가 있다면 하는 독자의 기대를 현실화 한 것이다.


데이터 카피는 자유, 데이터 이용은 돈을 내야

만화의 나라는 본질적으로 만화작품의 이미지 데이터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URL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업체는 만화를 읽을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는 업체이다. 이 업체는 만화작품을 스캐닝해서 이미지파일로 전환하고 이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그 데이터에 암호키를 삽입하고 있다. 암호가 삽입된 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친구로부터 복사를 받을 수도 있으며, CD롬 형태로 주문 할 수도 있다. 또, 암호화된 데이터의 복사가 자유롭기 때문에 e메일, 게시판 등을 통해서 배포 또는 수집할 수도 있다. 단, 데이터에 적용된 암호를 풀고 이미지를 보려면 만화의 나라 사이트에 접속해서 티켓을 구입하고, 구입한 티켓의 암호키를 이용해야 한다. 데이터의 복제는 공짜지만 데이터의 알맹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만화의 나라에서 제공되는 만화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pdf파일 형식을 취하고 있다. pdf파일은 전세계 공용 문서뷰어로 출발했던 어도브의 아크로벳리더를 통해서 읽을 수 있다. 만화의 나라에서 제공하는 암호화 된 파일은 기간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것으로 다양한 상품 가격 책정을 가능하게 한다. 즉, 단일 상품의 구독 횟수나 구독 가능 시간을 통해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씨네버스/2001-04-10 게재

잘가라종이만화, 시공사, 2001 게재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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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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